청오 2008. 6. 15. 20:46

 

 

 시내 관광을 마치고 저녁식사 후 공항으로 이동하였다. 탑승 수속을 끝내고 면세구역에서 김장학사와 쇼핑을 하였다. 시간이 많지 않아 구경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남은 유로화를 털어 작은 물건들을 사고 탑승구로 갔다. 21시 50분. 대한항공 902편은 드디어 내나라 대한민국을 향하여 하늘로 치솟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 수많은 유럽의 문화와 향취를 두고 떠나는데도, 아쉬움보다는 즐거움이 앞서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기내에서 다시 찾은 고추장에 버무려진 비빔밥이 그것에 대한 대답을 대신해 주고 있었다.  

  비행기는 지구 반대편의 낮을 좇아 달려가고 있었다. 기내 창밖으로 파리의 모습들이 점점 사라지고 나서야 나는 그 동안의 유럽 연수를 마음속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선진 외국의 교육제도를 돌아보는 참 좋은 기회였다. 학교와 교육청 방문, 한국인 학생과의 인터뷰.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책을 통해 좀더 유럽의 교육제도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면서 대한민국의 교육 발전을 위한 작은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러나 선진교육에 대한 체험도 체험이려니와 정겹고 능력 있는 연수팀원들과 열하루 동안 함께 어울린 이번 여행은 늙어 치매가 와도 잊지 못할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라 여겨졌다. 모두가 건강하게 무사히 연수를 마칠 수 있었던 것도, 서로를 이해하고 베풀어 준 보살과 같은 자비심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오늘 내 곁의 사람들이 내일 똑 같은 모습으로 내 곁에 머물러 주지 않는 것이 인간만사 삶의 진리이거늘, 지나간 소중과 시간과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한 내 자신을 또 다시 반성해 보면서, 나는 어두워지지 않은 시베리아를 건너가고 있었다.   

  유럽은 참 멋진 나라였다. 먼지 하나 없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고대 문화가 그대로 숨쉬는 하이델베르크, 이어 스위스의 인터라켄. 그 자연의 신비함과 황홀함, 융프라우의 만년설이 알프스를 뒤덮고, 천연림을 헤치고 녹아 흐르는 빙하수, 그 깊고도 넓은 초지 위에 살아가는 사람들과 소떼들. 온갖 야생화가 지천으로 널렸으며 그 산악을 타고 내리는 산악열차의 정경은 정말 인간의 세계가 아닌 듯싶었다. 이탈리아 로마, 이천년 이상 된 고대 유물들이 곳곳에서 아직도 숨쉬는 화석처럼 후세의 인간들에게 그 위대함과 거룩함을 주고 있었으며, 그 속에 살아가는 후손들의 열정과 광기 또한 대단하였고, 프랑스 파리 세느강변의 낭만. 개선문으로 내닫는 샹젤리제 거리의 은은한 불빛, 에펠탑의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파리 전경, 신이 유럽인들에게 너무 편애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그 문화와 예술과 역사는 대단하였다. 

  그러나, 갈수록 빵 냄새와 역겨운 고기 냄새, 죽자 사자 들이대는 감자튀김에 한 냄비의 된장찌개를 그리워하고, 한 모금의 김치와 라면 국물을 애타하면서, 만일 그곳에서 오랫동안 돌아올 수 없다면,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정말 나는 대한민국 체질임을 새삼 느끼면서, 축복의 땅 한반도에서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살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