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오 2010. 11. 6. 12:55

 

 나는 정말 이번 주말을 너무나 신선하게 보냈다.
오랜만에 박무형과 돌배형과
1박 2일로 설악산 백담사를 다녀왔다.
길은 멀고 오는 길은 교통 체증 때문에
힘들었지만.
토요일 오후 백담사에 도착해서
맑은 시냇물에서 고기도 잡고
그동안 친구들과 밀린 이야기 하면서
밤새 소주 기울이면서 추억과 우정과
그리고 미래의 우리들의 모습을 그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깊은 산골 마을의 밤은 그렇게 우리들의 대화에
묻혀가고 우리는 밤이 새는 줄도 몰랐다.
다음날 아침,우리는 일찍 일어나
간밤의 술기라도 씻어내려는듯
사람의 발이 닿지 않은, 심마니들의 외침만 묻혀 있는
길도 아닌 길을 만들며
설악산 골짜기를 헤메이면서
하루 종일 쉼없이 내리는 이슬비를 맞았다.
주홍빛 주단에 휘감겨 자연에의 찬사를 그칠 줄 몰라했고,
붉은빛 단풍의 선혈에 묻혀,
부드러운 카펫같이 산을 덮은 낙엽을
정갱이를 푹푹 담그며 그렇게 골짜기를 한없이 헤매고 다녔다.
땀과 비와 낙엽이 구분되지 않은 채로
그렇게 몇 시간 꿈을 쫒는 심마니들처럼
자연산 느타리버섯과 영지버섯을 한 가방 땄다.
서울에 있는 처자식들의 놀람과 찬사를
머리속으로 그리며 흐뭇한 웃음을 잃지 않은 채
베낭을 짊어지고 내려오는 몇 시간의 산행은
결코 고단하지 않았다.
참으로 설악산 단풍에 몸을 맡겨 본 적이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흐른줄을 짐작하지도 못하고
살아온 지나간 세월이 또 떠 오른다.
이번 여행이야말로 나에게
새로운 삶의 소중한 끈을 다시 잡은 즐거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