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하는 이야기/남들이야기

항상 의심하라, 책 읽지 마라, 숙제하지 마라

청오 2011. 8. 16. 14:25

항상 의심하라, 책 읽지 마라, 숙제하지 마라

(아시안 사이언스 캠프 노벨상 수상자 토론회, 2011.8. 중앙일보)

 

○ 리위안저(李遠哲, 75세, 화학, 대만중앙연구원, 1986 화학상 공동수상)

○ 아론 치에하노베르(생물학, 이스라엘 테크니온대학, 2004년 화학상 공동수상)

○ 콘버그(생물학, 스탠퍼드대학, 2006년 화학상)

○ 고바야시마코토(물리학, 일본고에너지가속기연구소, 2008년 물리학상 공동수상)

 

사회자 : 과학자에게 꼭 필요한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은?

리위안저 : 학교가 학생들이 성공을 경험하는 장소가 돼야 한다. 성공을 경험하면 자신감을 얻게 되고, 자신감은 창의성으로 연결된다.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에선 학생들에게 순위를 매기고, 99.9점을 받아도 0.1점을 더 받으라고 다그친다. 극복해야 할 과제다.

아론 치에하노베르 : 가장 해 주고 싶은 말은 ‘아무 것도 믿지 마라’는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지 마라’는 것도. 저자의 지식이 나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책에 쓰여 있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뜻이다. 그렇게 끝내서는 안 된다. 항상 ‘왜’ ‘무엇이’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이렇게 기른 ‘질문하는 힘’이 나중에 과학자의 길을 가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콘버그 : 지금 세대는 우리 때보다 훨씬 경쟁이 치열하다. 외우고 공부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바로 이런 것이 창의성을 잃게 한다. 나는 일생 동안 숙제를 해 본적이 한 번도 없다. 집에 와선 내가 원하는 것을 했다. 다른 친구들이 숙제를 하는 동안 나는 지하실에서 나만의 실험에 푹 빠져 있었다. 내겐 꿈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고바야시 : 과학적 사고에는 크게 분석과 융합의 과정이 있다. 분석은 논리적이고 연속적이지만, 융합은 통찰력이 필요하고 비연속적이다. 과학적 분석은 노력으로 도달할 수 있지만, 융합적 사고는 영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사회자 : 과학 전공 학생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리위안저 : 노벨상을 목표로 하지 마라. 대신 어떻게 좋은 과학자가 될 수 있는가를 고민하라. 어떤 목표를 갖게 되면 오히려 자기 능력을 제한하게 된다. 1등은 한 명밖에 없다. 하지만 모두가 좋은 과학자가 되는 것은 가능하다.

콘버그 : 아주 어려운 문제를 풀고, 매듭짓고, 일을 끝냈을 때의 기분은 노벨상을 받은 것보다 황홀하다. 내가 계속 과학을 공부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럴 때 느끼는 충만감 때문이다. 노벨상을 타는 것도 커다란 업적이겠지만, 연구할 때 느끼는 개인적 만족감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고바야시 : 노벨상을 받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그것을 목표로 삼은 것은 문제다. 노벨상은 보상으로 따라오는 것이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가 즐기는 것을 찾고 그것을 동기로 삼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