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나의이야기

주례사(제자문세민군)

청오 2011. 9. 22. 19:51

사랑하는 제자 문세민과 그의 반려자 김보영을 위한 주례사


2011년 신묘년의 꿈과 희망이 동트기 시작하는 이 축복의 계절에 바쁘신 중에서도 두 선남선녀의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을 축복해 주기 위하여 이렇게 성황을 이루어주신 친지 및 하객 여러분께, 양가혼주를 대신하여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세상 살다보면 넘치는 행복에 가슴 설레는 일도 적지 않지만, 신랑 신부에게는 오늘 바로 이 자리만큼 가슴 설레는 일이 더 있겠습니까? 두 사람은 수억년 전부터 조금씩 땋아 온 인연을 끈을 드디어 오늘 이어 운명적으로 만났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천년가약이 두 사람에게는 더욱 가슴 설레는 일이고, 주례인 저나 하객 여러분들도 이런 꽃다운 축복에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요즘 세상은 가전제품이든 사람이든 애프터서비스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전자제품의 애프터서비스는 2년이지만 사람의 끈은 평생입니다. 저는 12년 전에 구일고등학교 3학년 1반 교실에서 신랑 문세민군과 담임과 제자의 인연으로 만났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오늘 또 이렇게 만나서 앞으로 백년 더 살아갈 삶의 철학을 전해주어야 하니 참으로 귀중한 만남은 억겁의 세월을 두고서도 다하지 않는 법인가 봅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문세민군과 김보영양의 만남도 이런 억겁의 세월 동안 쌓아온 인연의 소산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의 만남은 더욱 소중하고 운명적이며 가치있는 것입니다. 멀리 과거 역사 속의 옛 성인들을 둘러보면 소중한 만남이 역사의 한 줄기를 바꾸어 놓은 예가 적지 않습니다. 세계 철학의 거두로 불리는 단테의 경우가 그러합니다. 단테에게 베아트리체가 없었다면 그는 한낮 사색가에 지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석가는 아난을 만나 비로소 깨달음의 성인이 되셨으며, 세 번씩이나 배신한 제자를 용서한 예수도 베드로로 인해 큰 성인이 된 것입니다.


신랑 문세민군은 학창시절 정말 뜻이 웅대하고 마음이 넓고 가슴이 따뜻한 제자였습니다. 마음에 품은 열정이 남달랐고, 노력과 끈기가 보통이 아니어서 언젠가는 이 나라의 큰 재목으로 성장하리라 믿어왔습니다. 신부 김보영양도 착하고 예쁘며 지적인 교양과 우먼파워를 간직한 다재다능한 재목으로 성장하여 왔습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성장하여 오늘에야 만나게 되었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억조창생의 무리 속에서 만난 보석같은 인연입니다. 따라서 신랑 문세민군과 신부 김보영양이 오늘 천년해로를 맹세하는 부부의 연을 맺게 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 예약된 만남이라 하겠습니다. 이제 두 사람의 소중한 만남이 영원히 아름답고 행복한 결혼 생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조금 앞서 인생을 걸어가는 스승으로서 몇 가지 당부하고자 합니다.


부부는, 첫째로, 상대방의 기를 살려주어야 합니다.

아내가 남편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기를 꺾어버리면 남편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아내 역시 남편에게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때, 행복에 빠지고 더욱 충성을 맹세하게 됩니다. 이렇게 서로의 기를 살려 주기 위해선 항상 상대방의 장점만을 보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하루에 세 번만 칭찬하면 더 잘 하려고 애쓰고, 항상 자신감에 찬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로, 인내심을 가져야 합니다.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반쪽을 찾아 완전한 하나가 되려는 것입니다. 살다 보면, 서로에게 실망하여 화도 나고 짜증도 나게 되며 심하면 그만 살겠다고 야단을 부릴 일도 생기게 됩니다. 옛날에는 시집가면 석 삼년 동안 죽었구나 생각하고 시집갔는데, 시집 가 보니 그래도 살만해서 웃고 살았는데, 요즘은 좋은 일만 잔뜩 기대하고 시집장가 가고, 가 봐도 썩 멋진 일만 기다리고 있지 않으니 후회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작은 일에도 항상 관심을 가지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행복을 찾고, 어떤 못된 일이 생기더라도 인욕행을 실천하고, 모두가 내 책임이다 하고 생각하면 상대방을 미워하게 되는 일은 결코 없게 될 것입니다.


여기 모인 하객들께서는 오늘 두 사람의 결혼에 열렬히 축하의 박수를 보내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서는 괜한 심보를 부릴지 모릅니다. 왜 바보같이 마누라에게 쥐어 사나? 왜 허구한 날 남편에게 죽어 사나? 니가 얼굴이 못났냐? 배운 게 없냐? 하면서 싸움을 붙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신랑신부는 누가 뭐래도 귀 딱 막고 오늘 이 자리에서 한 금석같은 맹세를 결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셋째로, 가족의 소중함에 대하여 말하고자 합니다.

아내나 남편의 부모님도 가족이요, 형제도, 친구도 가족입니다. 이 세상은 아담과 이브만이 살아가는 에덴동산도 아니고 모두가 어울려 살아가는 넓디넓은 광장입니다. 상대방에게 소중한 모든 것은 나에게도 소중한 법입니다. 그렇지만 첫 번째 순서에 두어야 할 것은 남편은 아내요, 아내는 남편입니다. 두 번째는 부모님을 자식보다 우선 순위에 두어야 합니다. 부모님께 불효하고 자식에게만 정성을 쏟으면 반드시 자식이 어긋나고 불효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행복은 멀리 사라지게 됩니다.


이제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습니다. 오늘 즐겁고 행복하게 살면 분명히 내일도 또 내일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 이순신 같은 아들 하나에, 세종대왕 같은 아들 또 하나 낳고 내친김에 신사임당 같은 딸 둘 더 낳아서 같이 손잡고 늘 좋은 생각을 하며, 즐겁게 살아가기 바랍니다. 행복은 항상 그대들 곁에서 춤추며 머물고 있게 될 것입니다.


오늘 한 평생의 행복여행을 떠나는 사랑하는 제자 문세민군과 신부 김보영양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들려주고 싶은 글 하나 읽고 주례사를 마칠까 합니다.

사랑하는 제자 문세민과 김보영의 행복을 위하여


수억만 년 신비의 심연 속에서 묻혔던 그대들이

시간의 줄을 잇고 이어서 이제 거룩한 하나의 인연을 맺었습니다.

세상의 흔적으로 묻어나와 10년, 20년 그리고 30년

신고와 인욕의 광장에서 땀 흘리며 오늘을 준비한 그대들입니다.


이제 오늘 그 동안 굳게 닫혔던 서로의 반쪽 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서면 축복과 사랑이 가득하고

함께 가는 그대들에게 하늘은 곧고 넓은 길을 내어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의 뜨락에는 형언할 수 없는 환희가

새벽 샘물처럼 신선하게 솟아오르는 풍요로움도 따뜻함도 있지만

아찔한 낭떠러지가 어둠에 위장되어 인생길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그러한 낭떠러지가 그대들 곁에서 서성거리는 그때가 오면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하나 된 사랑으로 위기를 넘겨야 합니다.


연극 같은 인생의 길을 걷다보면

동행하는 길목에 문득 나타나는 낯선 풍경에 놀라고

지름길을 두고도 한없이 먼 길을 돌아가야 하기에 절망감도 느낄 것이나

언제나 웃음이 넘치는 열락의 평원에 이르게 될 꿈으로

놀람도 절망도 삼키는 지혜로움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고난도 하찮은 질투도 그대들을 넘보지 못할 것입니다.

사람은 더욱 숭고해지고 사랑은 더욱 신비로우며, 가정은 더욱 편안할 것입니다.


헌신과 희생으로 온몸을 품어주는 어버이의 은혜를 노래하고

핏줄에 또 핏줄을 이어 성상과 성상에 이어지도록 나아간다면

영화와 번성이 그대들 곁에서 영원히 춤추게 될 것입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그대들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2010년 12월 12일 주례 전병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