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우뚝 서게 하라
그렇게 세상에 우뚝 서게 하라.
시베리아 동토(凍土)의 강풍을 몸으로 막고 선
백두(白頭)와 맞장 뜨는
태평양 폭풍우에도 허리를 굽히지 않는 대천왕상(大天王像)
한라(漢拏)를 두 다리로 굳게 서는
오천만 년 전
솟구치는 힘으로 거대한 분화구를 주초(柱礎)하였나니,
어머니의 가슴에서 짜낸 펄펄 끓는 젖으로
이렇게 생명수를 채웠거니,
목 축이는 흰 사슴 그 여유와 한적(閑寂)으로 노래하게 하라.
남촌(南村) 쪽빛 기운으로 색동옷을 맞혀 입고
백록담 그 푸르른 청정수에 몸을 닦고
그렇게 세상에 우뚝 서게 하라.
목마르고 힘겨운 내 아이들
온 누리에 펼칠 꿈 동작에서 키우며
용감하고 멋들어지게 자라는 동량(棟樑) 같은 녀석들
오천만 년 흘러흘러 백록을 굽어보며 모여 섰거니
오억에 억만겁(億萬劫) 더하도록
훨훨 날고 넘실대고 출렁거리게 하라.
어둠과 운무(雲霧)와 혹한 비바람에도
굳게 서고 높이 날아 거침없고 흔들리지 않은 의연(毅然)으로
저렇도록 눈이 시린
백록의 물을 박차고 비상(飛上)하고 있거늘
야생(野生)의 끓는 피 열정을 동작에서 바쳐
나중 세상 저 멀리 나아가 첨탑 우뚝 서는 그날까지
또 그렇게 열렬(熱烈)하게 싸우게 하라.
오늘 한라(漢拏)의 신(神)에게 무릎 꿇어
녀석들의 차오르는 꿈을 기도하며
소용돌이 가슴 속에 자맥질 깊은 호흡으로 사랑을 쏜다.
아! 웅비(雄飛)의 기상(氣像),
그 설레는 정상(頂上)을 넘보는 녀석들의 환한 이마에 맺힌
옥구슬 같은 꿈을 열정으로 엮어서
그렇게 자라고 또 그렇게 우뚝 서게 하라.
[2010. 4. END, 동작고교지 권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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