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고 졸업식 축사(2014)

학교를 떠나는 멋진 제자들에게

 

1.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우선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옛날에는 살기가 어려워서 끝까지 학교에 다녀 ‘졸업’을 하게 되면 큰 가문의 영광이었습니다. 그래서 감격의 울음바다 졸업식장이 되기도 하였지만, 요즘은 ‘졸업’의 의미가 사람들의 가슴에 그렇게 뭉클하게 와 닿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요즘 학교를 다니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재미없기에 참고 견디면서 이 자리에 서기까지는 많은 인내가 필요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졸업장을 받는 여러분들은 크게 축복받아야 마땅한 것입니다.

이 사회가 너무 경쟁 중심, 입시 중심으로 내닫다 보니 즐거움은 적어지고 따뜻한 우정도 나눠보지 못하는 학교, 그래서 여러분들에게는 학교가 즐겁고 행복한 곳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방과 후나 휴일이 되어도 신나게 놀거나 여유를 부려보지 못하고 학원 등으로 전전하였고, 고교 3년을 포함, 12년의 긴 세월 동안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버텨야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후부터는 이런 구속의 테두리에서 벗어나게 되었으니 여러분은 축하 받을 만하지요.

 

2. 졸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런데 이제 학교를 벗어나면 정말 여러분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맘 가는대로 자유를 누리면서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 대답은 대학 진학을 했느냐 못했느냐에 달려 있는 것도 아닙니다. 사실 대학은 인생에 있어서 들러서 가는 하나의 체험코스에 불과합니다. 대학에 진학했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대학을 포기했다고 행복한 삶이 나와 멀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입니다. 그동안은 세상에 태어난 의무로 지나가야 할 통과의례였다면, 이제는 주체적인 선택의 시점입니다. 대학에 몸을 담건 사회에 몸을 담건 출발은 정말 중요합니다. 육상에서 스타트가 얼마나 중요합니까. 출발을 잘못하면 오랫동안 힘들어집니다. 무엇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것인지 노력하고, 멋진 아이디어를 창출하기 위하여 고민하는 사람, 열정적인 도전을 멈추지 않는 사람만이 마지막 순간에 웃을 수 있습니다.

3. 절제와 자기 책임감이 필요하다.

여러분, 헬리콥터 맘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지요? 어머니가 여러분의 주변을 맴돌면서 24시간 참견도 모자라 감시하다시피 하는 풍조를 빗댄 것입니다. 부모님들이 잠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지요.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 마음이라는 것을 여러분들도 알지만 간섭과 통제는 정말 싫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학수고대하던 그날이 와서 이제는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헬리콥터 시야에서 벗어나게 되었으니 정말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을 겁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만 흘러도 그분들의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부모와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 사막 같은 황무지가 떡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지친 몸을 기대도록 가슴을 내어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절제 또 절제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방임과 무절제의 늪에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오히려 이제부터는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미성년 학생이 아니기에 여러분들의 행동에는 고도의 책임이 부과됩니다. 사회는 학교와 같은 안전지대가 아니고 자기 이익을 위한 경쟁과 권모술수가 펄펄 날뛰는 세상입니다.

4. 세상을 두려워하지 마라.

그렇다고 세상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세상, 그것 별것 아니라는 도전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용감한 사람만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습니다. 혼자 처음 살아보는 곳이라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크겠지만, 세상은 열심히 살아보려는 사람들을 헤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러분들에게 기회의 문을 활짝 열어 줄 것입니다.

누군가 지구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교문을 나서면 할일이 무궁무진 널려있습니다. 신기하고 호기심을 돋우는 일, 가슴을 흥분시키고 열정을 깨우는 일도 많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씩씩하게 도전하십시오. 두려움을 가지면 내가 세상에 우뚝 서게 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나를 무지막지하게 누르게 됩니다. 여러분의 뜨거운 열망과 도전 정신은 세상의 어떤 일이든지 헤치고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줄 것입니다.

5. 어떤 일이든 일만 시간 이상을 버텨라.

요즘 젊은이들의 최대 약점은 버티는 힘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지요. 항상심(恒常心)이 없습니다. 조변석개, 마음의 변화가 죽 끓듯 하지요. 어떤 일을 제대로 하려면 뿌리까지 캐 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일만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루 8시간씩 일한다면 대략 3년만 집중하면 전문가가 된다는 계산이 나오지요.

그런데 대학에 다니다가 반수 또는 편입하겠다면서 중도에 그만두는 학생들의 엄청납니다. 문제는 대부분이 실패한다는 것이지요. 학원장들은 질색할 이야기지만, 재수해서 성공할 확률은 20%도 안 된다고 합니다. 반수하고 재수할 의욕이 있으면 대학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전공을 선택하여 죽기 살기로 4년만 매달리면 성공하게 됩니다. 대학을 포기하고 직장으로 나서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1년도 버티지 못하고 직장을 박차고 나오는 젊은이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돈을 더 많이 받는 직장을 우선해서는 안 됩니다.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거나, 능력을 최대로 키울 수 있는 직장을 선택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입니다.

6. 최고의 재산은 돈이 아니라 사람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닙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젊은 시절에는 전혀 아닙니다. 젊은 시절에 돈을 좀 벌면 오만방자해지기 쉽습니다. 돈은 버는 것이 아니라 굴러 들어오는 것입니다. 빨리 끓은 물이 빨리 식듯이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가는 법입니다. 돈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흘러들어 올 수 있도록 준비하면 됩니다.

돈에 마음을 뺏기다 보면 사람을 잃게 됩니다. 사람이 재산이라는 옛말이 절대로 틀리지 않습니다. 돈보다는 사람을 얻어야 합니다. 살다보면 누구나 한번은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됩니다. 사람을 얻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손을 내밀어주고 힘이 되어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돈을 신주처럼 모시고 사람을 우습게 여기고 사는 사람들은 한번 실패하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처지가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더 멀어져 갑니다.

7. 타인을 배려하고 베푸는 삶을 실현하라.

사람들이 오래 살려고 욕심을 부려도 백 살을 넘기지 못합니다. 진시황제도 결국 죽었습니다. 혼자 잘 먹고 산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닙니다. 산해진미는 오히려 신체를 병들게 합니다. 늘 소박하게 먹고 이웃과 함께 나누어 먹는다면 건강해지고 행복한 삶은 지켜질 것이지만, 탐욕에 빠지면 불행만이 기다릴 뿐입니다.

소외되고 어렵게 사는 이웃을 돕고 배려해야 합니다. 그들을 우리가 방치한다면 사회악이자 지구촌의 재앙으로 되돌아 올 것입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합니다. 모두가 함께 돕고 배려하면서 학교와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이 지구상에 빛나는 업적을 남기신 선인들은 모두가 청빈한 삶을 살았고, 있어도 없어도 이웃에게 베풀고 살다 간 사람들입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지 않습니까.

7. 부모님과 스승의 은혜를 잊지 마라.

마지막으로 부모님과 스승의 은혜를 잊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반포지효란 말 알지요? 금수도 어미의 은혜를 아는데 사람이 이를 모른다면 말이 아닙니다. 희생과 봉사로 자식들에게 올인하고 남은 것은 무엇인가요. 여러분들의 부모님에 대한 감사와 사랑의 마음만이 질병과 고독으로부터 그분들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스승의 은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힘든 세상에 온갖 힘든 일을 마다않고 여러분들의 올바른 성장을 지켜온 사람들입니다. 봉사와 배려로 인내하면서 여러분들의 인생의 항로를 이끌어 오신 분들입니다. 그분들의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모교인 금천고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사람은 떠나도 모교는 영원합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이제 자신만만하게 걸어가십시오. 금천에서 키운 꿈 세계에서 펼치십시오. 다시 한 번 마음 깊이 축하합니다.

금천고 졸업식 학교장 회고사(2014.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