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나의이야기

성교육의 실제

청오 2008. 8. 19. 10:23
 

학교 성교육의 실제


전 병 화(田炳華)

(구일고교 연구부장)


  성(性)하면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입에 담기에 어쩐지 부끄럽다고 여기고, 학교 현장에서도 그 범위가 너무 넓어서 교육의 방향을 잘 잡지 못하고 있다. 성교육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하나는 ‘신체적 성교육’이고, 다른 하나는 ‘성가치관 교육’이다. 신체적 성교육은 육체의 성숙에 따른 정확한 성지식을 제공하여 성비행을 예방하는 것이며, 기존 성교육은 주로 이런 측면에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성가치관 교육에 더욱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특정성에 대한 편견, 왜곡된 인식, 부정적 행동은 더 이상 허용될 수 없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먼저 신체적 성교육에서는 올바른 성지식을 심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에 대한 무지나 잘못된 지식은 성폭력, 성희롱, 원조교제 등의 탈선과 비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보건교사 중심으로 신체의 발달 단계에 맞는 성교육을 실시하고, 생물․교련 교과 등의 관련 단원을 통해서도 지도할 수 있다.

  부모의 경우에도 자녀들의 성교육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무조건 성을 금기시 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문제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더욱이 인터넷 등에서 퇴폐적인 내용을 손쉽게 접촉할 수 있기 때문에 자녀의 행동에 대해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고, 정보 매체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스포츠나 예능 활동을 권장해성충동을 해소시키거나, 자녀와의 대화 시간을 늘리고 공동의 문화 생활을 설계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성가치관 교육인데, 이는 신체적인 성교육보다 더 중요하다. 올바른 성가치관 확립을 위해 학교에서는 적응활동 시간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투입할 수 있는데, 외부 강사 초빙, 영상 자료 시청, 읽기 자료를 통한 토의나 토론 활동 등이 그것이다. 계발 활동에서는 동아리 중심으로 다양한 성문화를 탐색하고, 토론․영화 관람․인터넷 검색 등의 활동을 통해 바른 성의식을 키워줄 수 있다. 자치활동 시간에는 학급게시판에 성교육 코너를 마련하고 학생들이 직접 게시 내용을 선정하도록 하거나 주제 토론 활동을 전개하고, 행사활동에서는 포스터․표어․만화․광고 등을 공모하거나 과제로 제시하여 우수 작품은 시상하고 전시 기회를 제공하며, ○․× 퀴즈 대회 같은 흥미 있는 활동을 실시하는 것도 좋다. 쓰기 활동을 통한 성교육으로는 교내 백일장시에 양성평등 관련 주제를 시제 중의 하나에 포함시키고, 문예물, 칼럼, 나의 주장 등 다양한 글을 공모하며, 논술 경시 대회를 실시할 수 있다.  또 다른 활동으로는 음악 시간에 ‘대중 가요 속에 들어 있는 성차별적인 가사를 고치고 함께 불러보기’, 미술 시간에 ‘광고 속에 숨어 있는 성차별적인 내용을 찾아 광고 다시 만들기’ 등이 있는데, 이는 학생들이 매우 흥미를 가지는 활동이다.

  성가치관 교육 중에서 양성평등의식을 심어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양성평등의식은 성차별로 인해 비롯되는 문제를 근원적으로 예방해 준다. 이것은 일회적이고 행사 위주의 교육 활동보다는 교과 학습 지도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효과적이므로, 모든 교과에서 성 관련 단원을 찾아 교수-학습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가정에서는 남아 선호, 성별에 따른 역할 기대의 차이 등, 성차별적인 분위기가 없는 가족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여자가 공과대에 가서 무엇하느냐’, ‘남자가 조리학과에 가서 무엇하느냐’ 하는 식의 기존 편견을 버리고, 자녀들에게 올바른 성역할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물론 오늘날 부모의 성차별적 의식이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 성에 따른 편견을 가진 부모들도 많다.

  결론적으로, 청소년들이 신체적 성숙에 따른 당혹스러움에 빠지지 않고, 올바른 성역할을 인지하고 미래 사회의 성숙한 민주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욕구와 기대 수준에 맞는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학생들은 성차별에 대한 경험을 학교에서 가장 많이 가진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생활하는 것이 그 이유이겠지만, 교사들 자신도 모르게 이루어지는 성차별적인 발언과 행동이 학생들에게 깊은 피해 의식을 심어주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교사나 부모들이 자녀의 성교육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고, 양성평등 의식을 앞서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2002. 동아일보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