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나의이야기

훈련병 아들에게 보내는 기도

청오 2008. 10. 2. 19:15

 

 

훈련병 아들에게 보내는 기도

 

 

 

제1신  아들아, 멋진 내 아들아!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 졸리는 너를 차에 싣고

네 시간이나 걸렸던 그날의 배웅길이 새삼 눈에 선하구나.

 

차가 밀려 여유 있게 포옹 한번 제대로 해 주지 못하고,

장정들이 구름 같이 몰려 있는 연병장으로 너를 보내고,

너의 모습을 한번이라도 더 찾아보려고 사열하는 틈에 끼여 있는 너를 겨우 찾았으나

서로 눈을 마주치지도 못한 채 서울로 돌아오는 아빠의 마음은 차갑고 쓸쓸했단다.

 

그러나, 오늘 인터넷을 통해

훈련복을 입은 너의 모습을 통해 또 다른 성장과 성숙을 느끼면서

아빠는 얼마나 가슴 벅차고 자랑스러운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모른단다.

 

항상 걱정스럽고 연약한 아들이라고 생각했지만,

너는 이제 늠름한 조국의 군인이 되어 가정과 민족을 지키는

멋진 사나이가 된 것 같아 더욱 기쁘다.

 

아들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홀로 중국에 유학 가서 외롭고 쓸쓸하게 생활했던 지난 시절의 의기소침함을 버리고,

아빠의 잔소리와 짜증스러운 간섭을 버리고,

새로운 너의 세계를 만들어 가거라.

동료들과 젊음과 꿈을 이야기 하고 조국의 파수꾼이 되어

강한 아들로 다시 태어나는 값진 시간이 될 수 있도록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신명나게 훈련 받기를 바란다.

 

목이 터져라 고함도 지르고,

온 힘을 다해 뛰어도 보고,

그리하여 작은 마음과 연약한 신체를 버리고

미래의 강한 너를 만드는 기회로 거듭나는 기회를 활용하여 보아라.

훈련이 끝나고 군인다운 군인이 되었을 때,

아빠는 또 다른 감동과 신선함을 사랑하는 아들로부터 느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사랑하는 아빠가 멋진 아들에게

 

 

 

제2신 오늘도 건강한 신체를 단련하는 아들에게

 

 

 


너가 입대한 지도 벌써 열흘이 넘어가고 갔구나.

 

가족들은 시간이 벌서 그렇게 흐른 것에 대해 ‘빠르구나’하고 느끼고 있지만

 

너에게는 하루하루 고되고 힘든 훈련의 연속이라는 것을 아빠도 잘 안단다.

 

 

 

 

 

건강하게 훈련 잘 받고 있지?

 

아빠의 형제들 중에서는 아빠가 가장 체격이 작고 약하다는 것을 너도 알겠지만

 

어릴 적부터 제대로 먹지도 못해, 너처럼 비쩍 말랐지.

 

그래서 늘 아프기도 하고, 감기도 잘 걸리고 그랬지.


그런데 군에 가서 좀 달라진 것 같아.

 

빡빡한 일정과 고된 훈련 일정을 소화해 내느라고 힘들기는 했지만

 

이를 기회로 건강을 다지고, 좀더 남자다운 모습으로 변해보고자 노력했지.

 

그래서 열심히 훈련받았고, 훈련은 훈련이 아니라 나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했지

 

그랬더니 오히려 훈련이 편해지는 것 같고, 고되고 힘든 일도 참을 수 있더구나.

 

 



사람은 생각의 여하에 따라서 많이 달라진단다.

 

어떤 생각을 갖고 현실을 받아들이느냐 따라서, 나에게 덕이 되고 화가 되기도 하지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받아들이면 너의 건강한 미래는 보장되리라 믿는다.

 

너는 아빠와 붕어빵 같은 존재이므로, 이런 모든 것을 잘 이겨내고

 

훈련한 군인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모레면 추석연휴가 시작되는구나.

우리 가족들은 모두 고향에 갔다 올 생각이다.

 

혼자 계신 할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고,

조상에게 너의 성공적인 훈련을 기도드리고 오마.

 

같이 고향에 못 가는 아쉬움이 아빠는 크지만 더 즐거운 미래를 위하여 참는다.

 

너도 마음으로나마 한가위의 풍요와 여유를 누리기 바란다. 건강하여라



제3신 신발과 옷으로 전해온 너의 열기


오늘은 금요일이구나. 오늘도 훈련은 잘 받았니?

 

아빠는 오늘 좀 바쁘네. 내일부터 추석연휴가 시작되니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이 많아서.


 

 

 

그저께는 너의 옷과 신발이 소포로 붙여 왔더라.

 

옛날 너의 할머니는 아빠의 옷을 받고 펑펑 우셨다는데

 

우리는 그래도 너를 중국에 오랫동안 보내어서 그런지

 

눈물을 펑펑 흘리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보면서 너 생각을 많이 했어.


 

 

 

어제는 엄마랑, 재광이네 엄마아빠랑 아파트 길 건너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 하면서 너 이야기 많이 했지

 

너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맛있는 꼼장어에 소주한잔 같이 했을텐데

 

참 아쉬운 시간이었어.


 

 

 

이제 좀 있다가 퇴근하면, 고향 갈 짐 준비하고, 한숨자고

 

큰아빠 식구랑 내일 새벽에 시골로 간다.

 

승훈이는 별로 가고 싶어하는 표정이 아니지만, 같이 가기로 했어

 

비록 너희들이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고향을 잊고 살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지

 

 

 


추석이라고 훈련소에서 특식이 나오나?

 

우리만 맛난 것 먹으려니 좀 마음이 안 좋지만

 

언젠가는 너도 같이 즐거운 추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 위안을 삼는다.


 

 

 

아직은 날씨가 더워서 고생이 많을 것 같구나

 

서울도 아직 여름 날씨다. 푹푹 찌는 것이 보통이 넘는다.

 

훈련 받기는 추운 것보다는 그래도 더운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네.

 

며칠간은 편지를 못 쓸 것 같네. 시골가면 인터넷이 안 되니.


 

 

 

그동안 몸 건강하게 훈련받고

 

보름달이 뜨면 너의 소망을 한번 빌어봐.

 

우리도 아들 생각하면서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빌어볼게

 

오늘도 사랑하는 아빠가


 

 


제4신 멋진 군인이 되어 가는 사랑하는 아들아!


 

아직까지 늦더위가 심해 훈련 받느라 고생이 많겠구나.

그래도 추석이 지나고 나니, 조금은 더위가 풀린 듯

맑고 청명한 가을 하늘과 함께 기온도 기분 좋은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네.


추석에는 온 식구가 다 고향에 다녀왔다.

할머니는 온갖 음식을 준비하고 우리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계시더구나.

군대간 너와 미국간 필경이가 없고, 호열이와 보성이도 입시준비로 오지 못해

할머닌 많이 허전해 하시고 서운해 하셨지만

훗날 건강하고 멋진 모습으로 변하여 돌아올 손자들이기에

좋은 마음으로 명절을 보내었단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식구들 각자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승훈이는 중간고사 준비를 시작한 것 같고,

 

민경이는 이제야 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 같아 다행이야.

 

 

아들이 아빠에게 편지에서 당부한 대로 중국 여친에게 전화라도 해 주고 싶지만

 

말이 통하지 않으니 참 어렵고 답답하구나.

 

아빠가 빨리 중국어 수준을 높여야겠다. 그래야 의사소통도 될 것이니.

 

 

 


가평 설악 농장에는 김장배추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데,

농약을 치지 않아 배추벌레가 극성이라 그것들을 잡아주러 가야하는데,

엄마 아빠가 다 집을 비우면 훈이 놈이 또 공부 안하고 딴 짓 할까봐,

모두 가지 못하지만, 이번 주말에는 아빠 혼자라도 갔다 와야겠다.

 

아들이 훈련 마치고 자대 배치되면, 유기농 배추로 맛있게 김치 담가 면회 갈게.


 

 

 

보고싶은 아들아! 

벌써 너를 연무대로 보낸 지 3주간이 다 되어가는 구나.

 

하루하루 시간이 안 간다고 안달하는 마음 갖지 말고,

오늘 하루 나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를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훈련을 받아주길 바랄게.

 

그런 이만 안녕... 사랑하는 아빠가.



 

제5신   멋진 사나이가 되어 가는 아들아!


날씨가 아직은 덥지?

사무실에는 에어컨이 돌아가네.

나는 싫지만 다른 사람이 덥다고 켜 놓았는데 끄라고 할 수도 없고.

 

오늘 서울 날씨는 비가 올 듯이 잔득 찌푸려 있어.

토요일에는 비가 조금 내리긴 했지만, 가을 가뭄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야.

가을은 곡식이 익어가는 계절이라 비가 덜 오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너무 가뭄이 심해서도 안 되는 거지.


오늘은 월요일이라 좀 피곤하기는 하지만,

일주일의 첫날이 시작되니 날이니 즐겁고 새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단다.

또한 오늘은 너를 연무대로 보낸 지도 딱 3주일이 되었구나.

이제 제법 군인 티가 나는 훈련병이 되어 가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훈련소 카페에 훈련병의 생활을 담은 사진이 실려 있는데,

실내 강당(?)에서 강의 받고 있는 8중대 사진이 서너 장 있더구나.

너를 찾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

한참 뒤에야 몇 장의 사진 속에서 엄마가 너를 어렵사리 찾아내긴 했으나,

다들 힘 있게 앞을 바라보는 모습과는 달리,

너는 뒤에서 고개를 숙이고 책상을 바라보고 있었어.

활기찬 아들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좀 아쉬운 생각이 들었지.

물론 잘 알아볼 수 없었기에 너의 모습이 아닌 지도 모르겠지만.


이제 20살 갓 넘은 생동감 넘치는 청춘의 때인 만큼,

좀 활기차게 생활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매사에 임해 봐.

기죽을 것 뭐가 있고 걱정할 것 뭐가 있냐?

항상 뒤에서 후원하고 밀어주는 엄마 아빠가 있지 않니?


지난 토요일, 엄마는 승훈이 중간고사 공부 도와주느라 민경이와 집에 있고,

아빠는 가평에혼자 갔다 왔지.

토요일은 농장 인근 산에서 등산을 하면서 체력을 길렀지.

청평호가 내려다보이는 호명산을 너 다섯 시간 종주하면서 땀을 많이 흘렸지.

흘린 땀만큼 건강은 비례하여 좋아진다고 하니까.

경관도 빼어났어. 아름다운 청평호가 눈 아래 펼쳐지고,

수상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습이 너무 여유롭기까지 하더라.


저녁에는 농장 뜰 잔디밭에 앉아 혼자서 맥주 한잔 했지.

너도 없고 엄마도 없어서 좀 처량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시끄러운 도시의 소음과 숨 막히는 경쟁의 직장을 떠나

잠시 전원 속에 몸을 숨기는 일은 참 좋았어.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은 사나이가 할 짓은 아니지만,

주중에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공기 좋은 평화로운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야 말로 세상 사람들이 바라는 일일지도 몰라.

좀 외롭게 휴식을 취하긴 했지만. 마음의 건강을 위하여 참 필요하고도 좋았지.

먼 미래에 너희들이 열심이 일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조금 조금씩 예쁜 농장으로 꾸며 가고 있어.


서울의 공기와는 달리 코가 펑 뚫리는 신선하고 향기로운 공기를 마시면서

살아있는 소중한 자연에게 감사의 마음을 갖고,

아들 생각 좀 하면서 잠자리에 들었지.

지금쯤 내무반에서 불침번 서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아들도 아빠를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있을까? 이런 궁금증이 들었어.

여친만 그리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면서.

그래도 너는 내 아들이니 그런 생각들조차

혼자 넉넉한 웃음을 머금게 하는 일이라 여기면서 잠을 청했지.

 

아침에는 버릇과는 달리 눈이 떠지는 것은 자연이 주는 또 다른 활력소.

침대에서 뭉기적거리는 서울의 생활을 돌아본다면 참으로 신비한 자연의 가르침일거야. 일곱시부터 밭에 나가 귀하게 키우는 배추를 보았는데,

이놈들이 쑥 컸지만 잎마다 상처투성이지 뭐냐.

배추벌레란 놈이 신나게 아침 식사를 하고 있더군.

농약을 치지 않고 유기농으로 키우고 있으니 배추벌레들이 얼마나 신이 났겠어,

동네 벌레가 우리 밭으로 다 모인 것 같아.

240포기 배추의 속살까지 다 뒤져 배추벌레를 모두 색출해 내는 데에

오전 시간만으로는 모자랐지.

오후 2시에나 색출작업이 끝나니, 나의 허리가 거의 휘었단다.


일요일 오후에 집에 돌아와 낮잠을 자고 있는데, 중국에서 전화가 왔어.

엄마가 받았지만 서로 말이 안 통하니 대화를 할 수 있어야지.

너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모양인데,

훈련을 받고 있어 전화를 할 수 없다고 하는 것 같은데도,

의사전달이 제대로 안 되는 것 같아 안타까웠어.

어차피 훈련 끝나고 자대 배치를 받고 나면 전화로든 이메일로든 연락을 할 수 있으니, 궁금해도 그 때까지 서로 참고 사는 것도 인내심을 기르는 일일 것이다.

결국 나중에 너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몫이라 생각하고 있는데,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는 말아라.        


오늘이 시간이 좀 있어서 이런저런 일로 좀 편지 내용을 많이 적었네.

혹 한 장만 출력해서 너에게 가져다주면 어쩌지?

염려되기는 하지만,

아들에게 편지를 두 장씩이나 쓰는 아빠도 세상에 별로 흔치 않을 것이기에,

오히려 감동받아서 더 잘 출력해서 가져다주실 것이라 믿으면서 오늘도 너에게 안녕을 기원한다. 잘 있어라! 사랑하는 아들아. 아빠가

 

 


제6신 새벽 비바람에 더욱 그리운 아들에게


 

 

 

 

새벽부터 비가 내리더니,

그토록 물러가지 않던 늦더위가 하루아침에 싹 달아나 버렸다.

어제는 아빠도 피곤한 몸으로 잠들었는데,

새벽 비바람 소리에 잠을 깨고 일어났더니. 찬바람이 창문을 넘고 있더구나.

방마다 창문을 닫고 다시 잠이 들었다.

 

 

 


살아보니 세상살이의 이치도 계절과 다름 아닌 것 같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절대로 물러가지 않을 듯이

어제 저녁까지 세력이 대단하더니만,

하루 밤을 견디지 못하고 가을의 소슬한 바람에 지고 마는구나.

 

세상살이가 아무리 힘들고 고달파도 좋은 때가 오는 법이요,

부귀영화가 끝이 없어 보여도 그 종말은 있는 법.

길도 짧은 것은 대 봐야 아는 것이고, 부자도 3대를 못 간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 뭐 그런 우리 속담들에서 선인들의 삶의 지혜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듯하다.

 

 

 


보고 싶은 아들아!

 

훈련소에서의 고단한 하루하루가 머지않아 너에게는 새로운 추억이자

삶의 한 흔적으로 귀중한 역할을 할 것이고,

이런 하나하나가 모여서 너의 삶이란 한 부분을 이루게 되겠지.

 

모파상이란 유명한 미국의 작가는 ‘인생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기쁜 것도 슬픈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지.

같은 상황에서도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각도에 따라 인생이란 것은 즐겁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것이란 뜻일 거다.


 

 

 

집에 있는 컴퓨터 스피커가 고장 나서 버리고 어제는 새것을 사다 놓았는데,

오늘은 또 컴퓨터가 고장 나서 부팅이 안 된다고 너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네.

컴퓨터를 켤 수 없으니 너에게 편지를 쓸 수 없다고 안타까워하는구나.

오늘 아빠가 바빠 편지를 못 쓸 형편인데,

엄마의 안타까움을 메워 주느라고 편지를 쓰고 있다.

 

 

 


멋진 사나이 내 아들아!

 

너에게는 훈련소의 시간이 참 느리겠지만, 우리는 참 빨리 지나가는 것 같구나.

벌써 내일이 금요일이고 주말이 다가오고 있으니.

이번 주말에는 여전히 엄마는 승훈이 중간고사 준비 도우미 역할을 위해

도서관을 같이 갈 것이고,

아빠도 토요일에는 도서관에서 같이 중국어 공부 좀 하고

일요일에는 등산을 갈까 한단다.


 

 

 

민경이는 오늘 서울동아리한마당에 참가 예선을 치른다고 일찍 학교에 갔는데,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구나.

우리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일이라 결과를 알아볼 수는 있지만,

객관적인 채점에 의하여 본선 진출팀이 가려져야 하니, 그냥 모른척하고 있다.

방송댄스를 하고 있는데,

중학교에 진학하면 그만두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너는 요즘 주말이면 교회에 다닌다고 했는데,

종교에 너무 심취하여 한쪽으로만 기울어지면

또 다른 세상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다.

아직은 종교적 진리보다 주말의 여가를 즐기는 시간쯤이라 생각하고 교회에 다니고,

시간이 나면 절에도 한번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아직도 비는 좀 내리고 바깥은 완전히 어두워 졌다.

나는 하루 훈련이 끝나고 저녁을 먹고 있을 시간이구나.

밥 많이 먹고 살도 좀 오르고, 근육도 길러

튼튼한 육체를 지닌 강한 군인으로 거듭 나기 바란다.

그럼 오늘은 이만 아들과 작별을 고해야겠다. 안녕. 아빠가  

 



제7신 이제 이등병에 가까워진 아들에게!



아빠가 며칠만에 메일을 보내는구나.

이런저런 일로 좀 바빴고, 주말에는 친구들과 등산 갔다가 가평에서 좀 놀다가 오느라고 컴퓨터 앞에 앉지를 못했구나.


오늘로 너가 군에 입대한 지도 딱 만4주가 되는구나.

이제 기본훈련도 끝나고, 사격훈련도 끝나고

마지막 전투훈련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겠구나.

 

 

 


너가 너무 용돈을 작게 가지고 가서,

목마를 때 제대로 음료수나 사 먹고 있는지 걱정이 된다.

자대에 배치 받아도 용돈이 필요한데.

그러나 최대한 아껴 쓰고 첫면회 가게 되면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너의 세 번째 편지를 보면서 걱정도 되었지만 참으로 믿음도 생겼다.

넌 스스로에 대한 자책보다는 자신감과 스스로의 자아존중감을 느끼게 되면

세상일은 좀더 쉬워지고 재미있어 지는 법이라 너도 느끼고 있는 분위기 같아서.

 

 

 


아빠가 항상 이야기 하지만, 세상 살아가는 일 별것 아니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너만큼 멋지고 능력 있는 사람도 세상에는 많지 않단다.

그러니 자신에 대한 소중한 가치를 인식하고 앞에 놓인

너의 파노라마 같은 인생을 기대하고 가꾸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좀 걱정되는 것은

너가 고교시절에 중국 유학을 한 탓에 이런저런 책을 많이 읽지 못했던 것이란다.

군대 생활에서 책을 읽을 시간은 별로 없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여유가 있으면 앞으로 독서를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문학적인 글도 그렇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담은 책들도 많이 읽어야 한다.

 

 

 


사랑하는 아들아!

 

어디 다친 데는 없느냐? 

혹 몸이 안 좋으면 숨기지 말고 윗분에게 말씀드려서 약도 먹고 하여라.

그리고 몸을 다쳐서도 안 될 것이다.

자신감을 잃고 몸을 움츠리면 오히려 부상은 가까이 다가서고,

용감하고 자신감 있게 매사를 긍정적으로 임하면

오히려 부상은 남의 일이 되고 마는 법이다.


요즘 좀 잘 나가는 책 제목 중에 “혼자 밥 먹지 마라”는 책이 있다.

이는 혼자만의 세계 속에 탐닉하여-혹 옛날의 너처럼 가상의 게임세계에 빠져 있는

것도 그런 종류의 일종이라고 하겠고-타인과의 교류를 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게 된다. 세상의 많은 동료들이 너의 경쟁자이기도 하고

너와는 아무 상관없는 이방인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보다 큰 세계에 몸을 담그고 좀 난사람이 되려면 너 주변의 그들 모두를 너의 동반자이자 동지로 만드는 일이 중요한 일이란다.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남에게 자신을 잘 드러내 놓지 않지만,

맘으로는 항상 자기를 가까이 두기를 원하고 있단다.

너가 먼저 한 발짝 더 나아가서 그들을 포용하고 그들에게 작은 관심이라도 갖는다면

그들은 바로 너의 친구가 되고 너의 지지자가 되고 너의 후원자가 된단다.

틈틈이 동료들과 담소하면서 이런저런 세상사를 논하고,

즐겁고 신기했던 추억들을 늘어놓으며 너스레를 떨어보는 일은 큰 즐거움도 주지만

그 의미 또한 지대하단다.   

 

 

 


이제 2주만 참고 견디면, 세상에 빛을 뿜는 황금의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당당한 대한민국의 현역 군인으로 근무하게 되겠구나.

자랑스러운 일이다.

아무나 황금의 병장 계급장을 달아보는 것은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집안 가족들은 다 잘 있단다.

가끔씩 큰아빠가 너의 소식을 물어오고

승훈이는 중간고사 준비로, 민경이는 다양한 재주 뽐내느라고 정신없단다.

막내 아빠집 호열이와 보성이는 입시생이라 무척 바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단다.

유진이도 열심히 하고, 필경이는 미국 유학의 고생이 참 크지만,

그래도 굳세게 견디면서

하루에 4시간도 채 못자고 공부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에 놓여 있다고 하더구나.


 

 

 

이제 서울 날씨가 무척 쌀쌀해졌다.

그렇게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만, 며칠 사이에 안녕이구나.

찬바람이 가을을 알리고, 길거리에도 산에도 가을의 분위기가 제법 영글어가고 있다.

요즘 날씨는 훈련 받기에 참 좋은 날씨겠구나.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건강하게 훈련받고, 즐거운 기분으로 지내거라.

다음에 또 전하마. 안녕. 사랑하는 아빠가.

 

 


 

제8신  만날 날을 기다리면서 아들에게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가을 냄새가 난다.

세상의 무지한 기세도 시간이 지나면 꺾이는 법.

내 아들도 이제 그 고된 훈련을 마치고 자대에 배치 받을 날이 멀지 않았구나.

월요일이면 수료식하고 화요일이면 자대로 배치된다니 하니,

한편으로는 고생은 많이 해서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또 새로운 기대가 된다.

 

 

 


물론 자대 생활이 더 힘들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은 또 다른 인생이 기다리고 있는 곳.

희망과 기대감을 가지고 임하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 된다.


나는 사랑하는 아들이 훈련소 생활을 잘 이겨낼 줄 알았다.

부모 마음에 항상 걱정이 앞서불필요하게 걱정을 하기는 하였지만,

지난 여름 너와 함께 한강변을 힘차게 뛰고 자전거를 타고 먼 곳까지 힘겹게 달리면서, 갖은 땀을 쏟아내면서도 견디고 이겨내려는 너의 강한 의지를 이미 보았기 때문에,

더욱 나는 너가 성공적인 훈련을 받으리라고 믿었지.

그 험한 설악산 정상을 넘고 종주하면서도 너는 잘 해 냈고.

 

 

 


유학생활에 찌들고 고독해하고 힘들었던 시간들 때문에

너가 좀 유학생활에서 힘들어 하긴 했지만

그래도 너는 잘 견디고 여기까지 와 있다. 너는 내 아들이다.

 

아빠도 젊은 시절에 유약하고 힘들어하고

포기하고 싶은 절망감에 휩싸여 있었던 시간이 많았지만

결국 그런 어려움을 견뎌내고 이렇게 너희들에게 맛난 것을 입혀 주고

먹여 주는 위치에 와 있지 않느냐?

너도 그런 아빠를 닮은 것 같아.

승훈이나 민경이보다 너는 정말로 나와 너무 닮은 붕어빵이라고 하고 싶다.

가금씩은 아둔할 만큼 고지식한 것도 나와 많이 닮은 것 같아.

 

 

 


보고 싶은 아들아!

 

이 얼마 지나지 않으면 첫 면회 가서 너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에

아빠는 요즘 참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기다림이란 이렇게 좋은 것이라는 것을 새삼 다시 한번 느끼는 날들이다.

그날이 어서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이제는 현실이 바로 눈앞에 다가와 서 있네.

 

 

 


힘들고 지겨운 시간이 있으면 옛날에 가장 즐거웠던 일들을 생각하고,

아름다운 여친을 생각하면 시간은 자신도 모르게 잘 지나간단다.

구보하고 행군하면서도 옛 추억에 머리를 담그면 그만큼 힘들지 않고 지나가고 또 기분 좋은 시간이 된다는 것을 아빠도 오래 전에 군대 생활을 통하여 경험한 바 있다.

 

 

 


아들아! 

 

그동안 수고 많았다. 너는 정말 큰일을 해 내었다.

현역 육군 이등병 아무나 계급장 붙이는 것이 아니지.

바로 너니까 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아들이야.

작은 일과 눈앞의 현실에 너무 안달해 하지 말고 힘 빼지 말고

의연히 너가 하고 싶은 일들을 끈기 있게 해 나간다면

너의 앞날에는 성공과 축복이 항상 같이 할 것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항상 건강에 유념하여라.

 

사랑하는 아빠가 아들에게

 


   

 

제9신 연무대를 떠나는 아들에게


 

 


  인생은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고 했나.

두렵고 답답한 심정으로 연무대에 들어갔던 지난 시간이

이제 추억이 되어버리는 순간에 와 서 있구나.

6주가 짧다면 짧은 시간이자만 너에게는 참 길고도 어려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6주란 시간이 바람처럼 지나가 버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 막막한 하루하루를 보냈을지 몰라도

이제 시간은 다시 너를 제자리로 돌려놓고 있구나.

 

너는 이제 연무대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겠지.

훈련병이란 감투를 떼어버리고 빛나는 이등병 계급장과 이름표를 받고

더블백을 메고 너는 떠 다른 하나의 인생의 여정으로 걸어갈 준비를 하고,

한편으로 그동안의 훈련의 고됨을 잊고 자대 배치의 설레는 마음에 젖어

지난 6주간의 시간을 망각의 늪으로 보내고,

신천지가 전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사로잡혀 있겠구나.


 

 

 

대단한 일이다.

참고 견디는 인간의 한계는 끝이 없다고 사람들은 쉽게 말해도

결코 인내는 달지 않고 쓸 뿐이다.

너는 그런 쓴 인내를 감내하면서 결국 훈련소의 생활을 잘 견디어 냈다.

대견한 내 아들이다. 처음으로 맞이하는 폐쇄와 부자유,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더 편안하고 자유스럽다는 것을 느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구속을 싫어하지만 구속의 참맛을 알게 되면

그 세계만큼 더없이 편하고 자유스러울 수가 없다고 느끼게 되기도 한단다.

별달리 하는 일 없이 빈둥거려도 각자는 자신에게 그 순간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줄 깨닫게 되는 법인데,

생의 철학 아닌 철학을 배운 너에게는 분명히 연무대의 6주간은

참 의미 있고 소중한 인생의 한 부분이 되었을 것이다.

 

연무대의 기억과 추억은 세월이 오랫동안 흘러도,

아빠보다 더 늙도록 흘러도 잊어버릴 수 없는 수호신이 같은 존재가 되어

항상 너 곁에서 너를 지켜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그날 차량으로 가득 찬 고속도로를 몇 시간 달리던 기억도,

하루 종일 비가 내렸어도 참 이상하게도 연무대 연병장에는 비가 내리고 않아

밝게 입소식을 마칠 수 있었던 기억도,

아빠가 겨우 들려준 군화의 깔창을 들고 연병장으로 달려 나가던 그때의 그 모습도,

아빠뿐만 아니라 너에게도 있어서도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 될 것이다.

 

 

 


이제 너는 수많은 땀을 연무대에 쏟아 부은 인내를 새 옷으로 바꿔 입고

군인다운 군인들이 함께 청춘을 불태우는 부대로 배치될 것이다.

보병이 될지, 포병이 될지, 행정병이 될지 그것을 모르기에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하겠지만, 무엇에 너무 연연하지 말라.

어차피 무엇을 하는 군인이 되더라도 군인은 군인일 뿐이다.

 

안락한 생활이 보장되는 군대란 없는 것이고,

비록 좀 폼 나거나 좀 자유롭기도 한 보직이 있기는 하겠지만,

세월은 어차피 똑 같은 속도로 달려갈 것이고,

편하면 좀더 편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니, 그런 좀 좋은 여건을 바를 바는 아니란다.

 

어디서 무엇을 하던 군인은 군인이라는 본문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므로,

국가가 너를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는 그날까지

너는 의연하게 할 일을 열심히 하게 되면 그것이 곧 즐거움이자,

세월을 지겹게 만들지 않은 효험 있는 방편이 될 것이다.

도시면 도시에서, 산이면 산에서, 바닷가로 가면 바다에서

새로운 시험을 경험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사랑하는 아들아!

 

자대에 배치되면 자대생활이 훈련소의 생활보다 훨씬 고되고 짜증나기도 할 것이다.

빛나는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연무대역을 떠날 때는

제법 군인다운 모습으로 변한 자신에게 뿌듯한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나 며칠 뒤 자대에 배치되면서

너의 그 이등병 계급장이 얼마나 초라한 것인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훈련소 내무반은 똑 같은 훈련병끼리의 공간이므로 훈련만 잘 견디면 되지만,

자대의 내무반은 견디기 힘든 군기가 흐르는 공간으로 느끼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빠가 이등병으로 근무하던 시절과는 물론 엄청나게 달라졌겠지만,

아직도 그곳은 힘든 곳이 될 것이다.

신병으로 불리면서 층층이 일등병, 상병, 병장, 하사관 등으로 이어지는

계급과 서열의 압박감에서 벗어나는 데에는 참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부조리한 계급과 질서가 존재하고 있는지.

돈 많은 자는 없는 자를 무시하고, 권력을 쥔 자는 힘으로 억압하고,

못 배운 사람은 배운 사람들 앞에서 얼굴도 들지 못하는 곳이 사회가 아니니?

 

그래도 군대는 남자들끼리의 당찬 의리와 사내다운 배려가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숙달되지 못하여 서투르고 공포의 분위기에 위축되고

층층 고참들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 속으로 눈물을 훔치는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런 시간이 몇 달이 계속 될 것이다.

 

어린 애벌레는 아름다운 나비가 되기 위하여 끊임없이 잎을 갉아먹지 않으면 안 되듯이, 멋진 일병이 되고 사병으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병도 되고

폼 나는 병장도 되는 과정에서 이등병의 눈물은 필요하고도 값진 것이란다.

 

비정한 사회와는 달리 세월이 가면 이등병은 병장이 될 수 있지만,

사회는 그것보다 훨씬 비정하단다.

돈 없는 사람에게 시간이 지난다고 돈복이 굴러들어 오는 것도 아니고,

못 배워 좋은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시간이 지난다고

좋은 직장이 어서 오라고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보고싶은 아들아!

 

그런 생각을 이해한다면 이등병의 힘들고 괴롭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고통의 눈물은 참 값진 것이 아니겠느냐?

그래도 세월은 의젓한 병장으로 만들어 주고,

너를 다시 아빠, 엄마, 소중한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너는 참으로 진실한 성품을 지녔고, 좀 고지식하긴 하지만

지혜롭고 인정이 많은 아들이므로 그러한 이치를 잘 헤아려

훈련소에서의 생활처럼 자대에서의 생활도 잘 해 내리라고 믿는다.

더 많이 생각하여 행동하고, 더 많이 생각하여 말하며, 더 많이 생각하여

너의 논리와 철학을 살찌우고 건강한 군인이 되고 멋진 사나이가 되어서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그 이후에는 또 얼마나 좋은 일들이 너 앞에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참으로 인생은 살만한 것이란다. 의지만 있으면, 생각하는 각도만 조금 바꾸어도

인생의 빛깔은 천만가지의 색으로 변하게 된단다.


 

 

 

오늘밤 편지가 연무대로 보내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 같구나.

화요일이면 연무대를 떠나니, 더 이상 너에게 편지를 쓸 수가 없게 되니 말이다.

자대에 배치 받으면 인터넷 편지가 아니라 전화와 그냥 편지가 있겠지만,

이렇게 자주 널 생각하면서 편지를 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 아빠는 엄마처럼 매일 편지를 보내지는 못하고 아홉 차례 편지를 보냈지만

그래도 아들에게 최선을 다한 아빠로 여겨주길 바란다.

 

그동안 아빠는 참 즐거웠다.

너의 나이 스무살이 넘도록 편지 한 장 못 보냈는데

연무대 훈련 기간 동안 편지를 여러번 쓰면서 내 아들의 소중함을 느꼈고

내 아들에게 그동안 별로 잘 해 준 것이 없는 아빠였음을 반성하는 시간도 되었고

편지 쓰는 그 자체의 즐거움에 빠져 지내보기도 하여

너에게 전해지는 이 편지가 너가 가지게 될 즐거움보다는

오히려 나 자신에게 더욱 큰 즐거움과 의미를 준 것 같구나

 

 

연무대를 떠나는 사랑하는 아들아!


그동안 참 고생 많았다. 그리고 멋지게 훈련소 생활을 해 냈다.

이것은 또 다른 세계에서도 너를 바로 세우고

의지를 굽히지 않는 멋진 남자로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오늘밤은 참 기분이 좋다.

너의 훈련 마지막을 축하하는 편지를 쓰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이제 첫 면회에서의 너와의 만남이 몹시 기다려지구나.

그때 만나서 그동안 너의 노고를 달래고 못 다한 이야기들을 밤새 이어가 보자.

아들아 오늘도 좋은 꿈꾸고

또 다른 아름다운 내일의 모습을 마음으로 그리고 기도해 보면서 푹 쉬어라.

편안하게 잘 자거라

 

사랑하고 보고픈 아들에게 아빠가 아들의 훈련소의 마지막 밤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