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사람을 상대하는 데는 마땅히 화평하고 공경하기를 힘써야 한다. 나이가 자기보다 배가되면 아버지처럼 여긴다. 자기보다 10년이 많은 때는 형으로 섬긴다. 5년이 많으면 역시 조금 공경해서 대접한다. 가장 나쁜 것은 자기의 학문을 믿고 자기에 제일인 체하며 우쭐대거나 남을 업신여기는 것이다.
친구를 가리는 데는 반드시 학문을 좋아하고 착한 일을 좋아하는 사람을 골라서 사귀어야 한다. 또 성격이 엄하고 곧은 사람을 골라야 한다. 이런 사람을 골라서 함께 거처하면서 내 마음을 비워 놓고 그 사람의 규범과 경계를 받아들여 나의 단점을 다스려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고 성질이 게으르고 놀기만 좋아하며 흐리고 곧지 못한 자는 함께 사귀지 말아야 한다.
시골 사람들 중에서 착한 자가 있으면 반드시 친근하게 지내고 서로 정을 통하고 지내야 한다. 또 시골 사람들 중에서 착한 못한 자라도 또한 고약한 말로 그 사람의 잘못하는 행동을 드러내어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만 그런 사람은 그저 범연하게 대접해 주고 서로 왕래하지 말 것이다. 그런 사람이 만일 전에 알던 사람일 때는 서로 만나더라도 인사만하고 다른 말을 서로 나누지 말 것이니, 이렇게 하고 보면 점점 멀어질 뿐이요, 원망하거나 노여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소리가 같은 사람끼리는 서로 응하는 법이요, 기운이 같은 사람끼리는 서로 구하게 마련이다. 만일 내가 학문에 뜻을 둔다면 나 역시 학문하는 선비를 구할 것은 뻔한 사실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학문하는 선비도 역시 반드시 구할 것이다. 저 사람이 표현으로는 학문을 한다고 하면서도 그의 문 앞에 잡된 손님들이 출입해서 시끄럽게 세월을 보내는 사람이면 반드시 그 사람이 즐기는 것이 학문에 있지 않은 때문이다.
대체로 절하는 것이나 읍하는 예의는 미리 정할 수가 없다. 대개 자기 아버지의 친구일 때는 마땅히 절해야 한다. 동네 안에서 나이가 자기보다 15년 이상이 많은 사람에게는 마땅히 절해야 한다. 또 벼슬이 당상에 오르거나 자기보다 나이가 10년 이상이 많은 사람에게도 마땅히 절해야 한다. 시골에 사는 사람이라도 나이가 20년 이상이 많은 사람에게는 마땅히 절을 한다. 그러나 그 중간의 높고 낮은 사정들은꼭 이런 예에 구애받지 말고 때에 따라서 적절히 할 것이다. 다만 항상 자기 몸을 낮추고 남을 존경하는 의사를 가슴속에 두는 것이 옳다. [시경]에 “온화하고 따뜻하고 공손한 사람 만이 오적 덕의 바탕이다”라고 했다.
가령 남이 나를 헐뜯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는 반드시 자기 몸을 돌이켜보아서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만일 내몸이 실제로 남에게 헐뜯음을 받을 만한 행동이 있었을 때는 스스로 자기 몸을 책망하고 마음속으로 꾸짖어서 그 허물을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 만일 나의 과실이 몹시 적은 일인데도 거기에 더 큰 과오가 있는 듯이 보태서 말을 했으면 그 사람의 말이 아무리 지나쳤을지라도 나에게 실상 비방받을 만한 까닭이 있는 것이니, 마땅히 전에 저지른 허물을 깎아 없애 터럭만큼고 남겨두지 말아야 한다. 또 만일 나에게는 실상 아무런 허물도 없는데도 거짓으로 꾸며 빈말을 만든 것이라면, 이것은 망녕된 사람에 지나지 않는 것이니 망녕된 사람과 그 허실을 따져 무엇하겠는가? 더욱이 저사람이 나를 빈말로 비방하는 것은 마치 바람이 귓가로 지나가고 구름이 하늘로 지나가는 것과 같으니, 나에게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하고 참아야 한다. 이처럼 남에게 비방의 소리를 들었을 때에는 나에게 그런 허물이 있으면 그것을 고칠 것이요, 그런 허물이 없으면 더욱 힘써 허물이 없도록 노력하면 되는 것이니, 이런 것들은 모두 나에게 유익한 일이 되는 것이다. 만일 자기에게 허물이 있다고 들었을 때 그것을 스스로 떠들썩하게 변명하여 기어이 자기 몸에 아무런 허물이 없다고 말하려 든다면, 그 허물은 더욱 무거워지고 남들에게 더욱 심한 비방을 들을 것이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남에게 비방을 듣지 않는 방법을 묻자, 문중자는 “그것은 자기 몸을 스스로 닦는 것이 제일이고, 만일 비방하는 사람이 있으면 더 말해 달라고 청하고 변명하지 말 것이다”라고 했다. 이 말이야말로 과연 배우는 자가 본 받아야 할 법이라 하겠다.
대체로 선생이나 어른을 모시고 있는 자는 마땅히 알기 어려운 의리를 물어서 자기가 배우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또 고향의 어른을 모시고 있을 때는 마땅히 조심하고 공손하고 삼가서 함부로 아무 말이나 하지 말아야 한다. 만일 어른이 묻는 것이 있을 때는 공손히 사실대로 대답해야 한다. 친구와 함께 있을 때는 마땅히 도의를 가지고 서로 강론해 익히는 오직 글자의 으리를 말할 뿐이어야 한다. 세속의 자질구레한 낮은 말이나 세상 정치의 잘잘못, 그리고 수령들의 어질고 어질지 않은 것과 다른 사람의 과실 등은 일에 입에 담지 말아야 한다. 시골 사람과 함께 거처할 때는 비록 묻는 대로 대답은 할 망정, 끝내 낮고 쓸데없는 말은 입 밖에 내지 말아야 한다. 자기 몸은 아무리 씩씩하고 기운차게 갖는다 하더라도 절대로 잘난 체 뽐 내는 기색을 가져서는 안된다. 그리고 오직 착한 말로 인도하여 도와주어 반드시 학문을 향해 나아가도록 해주어야 한다. 또 어린 사람과 같이 있을 때는 마땅히 부모에게 효도하는 일과 형제간에 우애하는 일, 임금에게 충성하는 일과 친구간에 신용있게 하는 일등을 친절하게 말해주어 그로 하여금 착한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하기를 그치지 않는다면 시골 풍속이 점점 옳게 변해 갈 것이다.
항상 온화하고 공손하고 또 자상하고 사랑하며, 사람에게 은혜를 베풀고 물건을 구제해 주는 것으로 자기의 마음을 갖는다. 그리고 남을 침노하거나 물건을 해치는 따위의 일들은 터럭만큼도 자기 마음속에 간직하지 말아야 한다. 대체로 사람이란 자기 몸에 이로운 일을 하려고 하면 이것은 필경 남이나 다른 물건을 침노하고 해치는 결과를 낳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는 자는 먼저 자기를 이롭게 한다는 마음부터 끊어 없앤 뒤라야 가히 어진 것으 배우게 될 것이다.
시골에 사는 선비는 공무가 있거나 또는 부득이한 연고가 있기 전에는 관청에 출입하지 않는다. 읍재가 아무리 지극히 가까운 친구일지라도 역시 자주 가보지 못하는 법인데, 하물며 친구도 아닌 사람에게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또 만일 의리가 청일 경우에는 당연히 일체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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