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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조직의 효율적인 경영을 위한 제언

청오 2011. 11. 17. 15:09

 

 

학교 조직의 효율적인 경영을 위한 제언


     요즘 학교 현장 속에 들어가 보면 전문적 ․ 관료적 조직의 분위기보다는 느슨한 조직의 모습에 먼저 눈길이 갈 것이다. 당장 어떤 목표를 성취하려는 조급성이나 변화와 혁신에 민첩하게 움직이는 분위기도 감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학교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일부 학교는 학교장이 교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기존 분위기나 무감각증을 털어내고 변화의 중심으로 나오려고 하는 몸부림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더 많은 학교는 아직도 현실적인 변화 분위기에는 둔감한 것이 사실이다. 의욕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순간순간 변화의 소용돌이를 헤치고 나와야 하는 기업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학교도 이제 시대적인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지 않고서는 존재하기가 어렵게 되어 가고 있다. 진리는 쉽게 변하지 않고 교육은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기조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물정 모르는 주장만으로는 소용돌이치는 이 시대의 무대에서 버틸 수 없다. 최근에 교과부에서 2개 대학에 대한 퇴출 조치에서 보듯이, 대학이 초․중등학교에 비하여 영향력을 크게 받아 이런 저런 변화에 대한 자구책이 더욱 필요하겠지만, 초․중등학교도 변화와 혁신의 사각지대가 아니다. 시대적 변화의 방향을 읽어 미래의 비전을 창출하며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학교의 경영 조직은 그 명칭만 다를 뿐 대체로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목고, 특성화고, 자율학교 등에서는 나름대로 조직의 성격에 맞는 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일반학교의 조직 체계는 거의 유사한 편이다. 학교마다 업무 조직 체계가 비슷하다는 것은 결국 교육활동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일이 단위학교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나 교육청, 지방자치단체에 의하여 거의 절대적으로 좌우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씁쓸한 일이기도 하다. 국가에 의한 교육의 지배는 이미 그 의미를 잃었다. 국가는 최소한의 교육과정만 통제하고 나머지는 학생, 교직원, 학부모 등 학교공동체 구성원들이 그 들이 속한 지역사회의 여건과 요구를 반영하여 창의적인 학교를 경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세상의 많은 조직 중에서 경영자의 권위도 지시사항도 가장 먹혀들지 않는 조직이 학교 조직이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학교 경영의 결과에 대하여 책임져야 할 사람은 오직 교장 한 사람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자신들은 오직 수업만 잘 하면 되고 그 이외의 문제에는 아무런 관심도 책임도 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학교는 교장 1인의 학교가 아니므로 학교공동체 구성원 전체가 학교 경영에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 학교가 나아가야 하는 올바른 방향과 학생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하여 교육활동을 펼치는 일에 같이 고민하고 잘못되면 같이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교의 업무분장도 혁신의 대상이다. 최근 담임교사의 업무를 중심으로 업무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학교 외부의 활동이나 포상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수 없도록 하다 보니 입학사정관 전형에 맞춘 스펙 관리가 개인차원에서 학교차원으로 옮아오게 되었고, 이러한 스펙 관리를 위해 많은 행사활동을 직접 기획하다 보니 학교 업무가 늘어나게 되고, 불가피하게 그 일이 담임교사나 일부 부장․기획 교사들에게 몰리게 되었다.

    업무 분장 상에는 나름대로 공평하게 업무가 나누어져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부장교사와 기획 그리고 일부 관심 있는 교사들이고, 훨씬 더 많은 교사들은 동료의 노고에 무임승차할 뿐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힘든데 학교 일은 왜 해야 하느냐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전제되어 있고, 학교일에 대하여 필요와 불요의 명확한 개념 정리도 없이 무조건 잡무로 여기고 있는 상황이며, 업무에 대한 책임감도 없는 편이다. 더욱 난감한 것은 이를 어기는 교원들에게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학교장의 권위도 먹혀들지 않는다.

    따라서 학교의 경영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려면, 모두가 같이 균등하게 일하도록 업무를 분장하고 자신의 일은 반드시 자신이 책임지도록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질 높은 교원평가가 이루어져 무능하고 무관심한 교원들이 퇴출되도록 하고, 권리는 누리되 의무에 대하여 깊이 자각하도록 해야 하며, 이의 이행여부에 대한 엄격한 책임을 부가하여야 한다. 잘 해도 상찬이 없고 못 해도 벌도 퇴출도 없는 조직이라면 조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이 아니겠는가?

    우선 학교장에 대하여 강한 책무성을 부여해야 한다. 물론 책무성 부여 이전에  먼저 단위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하여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나 교육청에서 이것저것 다 관여하고 챙겨주니 학교장은 할 일이 없다. 궁궐 같은 교장실에 혼자 앉아서 유유자적(悠悠自適)하면서 온갖 교육 활동은 교감이나 교사들에게 다 던져 주고 신선처럼 앉아만 있으면, 오히려 학교의 교직원들이 인격과 덕망이 높은 사람, 훌륭한 교장으로 대접하는 이런 실정을 방기(放棄)해서는 안 된다.

    학교장은 가장 바빠야 한다. 요즘 같이 온갖 행정업무로 바빠야 할 것이 아니라, 학교의 비전을 창출하는 일과 비전을 실현하기 위하여 교직원의 능력과 힘을 한군데로 집약시키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하여 바빠야 한다. 정부는 교장들이 이러한 지도력을 발휘하여 창의적이고 효율적으로 학교를 경영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여 조장(助長)해 나가야 한다. 사무실만 지키는 무능한 교장, 교장을 어떻게 수행해 나가야 하는지 개념이 없는 교장들에 대하여 엄한 평가를 내리고 귀책사유(歸責事由)를 따져 가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학교장에게 권위를 주어야 한다. 학교 공동체 구성원들과 자율적으로 창의적인 학교를 경영해 나갈 수 있는 권위 부여 없이는 학교의 성공도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단위학교에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권을 주고 학교장에게 조직을 경영할 수 있는 권위를 부여한다고 해서 학교의 경영이 반드시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학교장이 학교를 경영할 만한 능력이나 철학을 소유하고 있지 않거나, 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의 역량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리더십이 발휘되지 못한다면 학교는 무기력감에 빠져 힘을 잃고 지역사회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무기력과 무관심으로 그냥 월급만 받는 존재로서 학교를 방치하거나 권위를 찾는답시고 너무 욕심을 부리거나 학교구성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과 독선의 태도로 학교를 운영하여 분란만 일으킬 수도 있다. 따라서 교장자격연수나 교장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연수에서 교양․교직 등이라 하여 잡다한 과목을 편성하고 강사의 개인 취향에 맡기는 강의로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직무 수행의 표준이 되는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교육행정가로서 실제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연수가 되도록 해야 한다.  

    학교 경영의 효율화를 위해서는 조직의 분권화도 필요하다. 옛날에는 학교장 혼자서 학교를 경영하는 일이 가능한 시대였는지 몰라도 요즘 세상은 어림없는 일이다. 학교장 혼자서 학교를 경영하려고 하다보면 경영에 대한 책임도 혼자 지게 될 것이고 조직원들의 능력을 한곳으로 집약시킬 수도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중간 관리자인 교감에게 전결규정을 통하여 업무를 과감하게 이양할 필요도 있으나, 그것보다는 부장교사들이 나름대로 책임지고 독립된 의사 결정을 수행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모든 교육활동이 교장과 교감의 지시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면 창의적이고 시대의 변화에 적합한 교육활동을 이루어 내기 힘들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유지와 제도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보직교사가 책임지고 일할 수 있도록 임면제도를 바꾸는 등, 다양한 개선 방안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분권화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학생의 자치 능력을 길러주는 일이어야 한다. 교육의 대상은 교사도 부모도 아니고 학생들이다. 학생들에게 단순한 지식을 가르쳐 주던 학교의 역할은 이제 끝났다. 단순한 지식의 유효기간은 1년도 안 된다. 평생 무의미한 지식을 아직도 가르치는 불행하고 앞뒤 모르는 교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 지식을 찾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이를 활용하여 더 나은 지식을 창출해 낼 수 있는 능력,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높여 나가야 하는 것이 이 시대에 맞는 교사와 학교의 역할이라고 하겠다. 그런데도 학교의 교육 활동이 학교장과 교직원들에 의하여 기획되고 실천된다면 이러한 결과를 얻기가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학생 스스로 기획하고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스스로 이에 대한 평가와 책임의 문제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하면 될 것이다.

    부장교사들에게 학교의 독립된 교육활동 결정 권한을 주고 학생들에게 스스로 교육활동 기획과 운영에 참여하도록 하면 경영자로서는 걱정과 불안이 앞 설 여지도 있을 것이다. 아직 그러한 일을 실천으로 옮기고 있는 학교가 많지 않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먼저 실행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이는 방임도 교육의 포기도 아니다. 자율권과 자치권을 주는 일이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학교 경영의 시작이다. 교육청은 학교에게, 교장은 교사에게, 교사는 학생들에게 능력을 믿고 그들에게 일을 맡겨야 한다. 물론 처음에는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미숙하기도 하고 실수하기도 하고 기대에 어긋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점점 나아질 것이다. 교육은 결실을 그대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과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쳐서 스스로 완전한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그 능력을 조장하는 것에 목적을 두어야 한다.

    미래의 학교 경영자를 기르기 위한 선제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유능한 부장교사가 젊은 시절부터 비전을 갖고 학교 경영에 고민하고 더 효율적인 전략을 개발해 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조장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현재 교육연수원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보직교사 연수 등은 창의적인 학교 경영의 맥에 닿아있는 연수가 아니라, 단순히 교양․교직의 실무적인 차원에서 알아야 할 지식을 가르치는 연수에 불과하다. 이런 단순한 실무적인 연수에서 더 진보하여 리더십을 신장시키고 미래교육의 변화에 눈을 뜰 수 있는 고급 연수를 받도록 해야 한다. 비싸게 투자해야 그 이익도 큰 법이다. 그리고 승진제도도 대폭 혁신해야 한다. 점수를 모아 승진하는 제도가 아니라 미래 비전에 대한 목표와 실천 전략을 누가 더 가지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가 승진이 기준이 되는 제도를 모색해야 한다.     

    자율화, 분권화에 따른 경영 목표 달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경영정보시스템을 운영하여야 한다. 필요한 사업에서는 학교장의 경영 목표와 지시사항이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어야 하고 어떤 활동이든지 투입이 있으면 산출되는 결과를 평가하여 그 목표의 달성 여부를 측정하고 새로운 활동의 투입 자료로 활용하여야 한다. 학교 교육활동의 평가는 기업의 평가와는 달라서 구체적인 목표치를 정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계량화하기 어렵고 장기적인 시간이 소요되는 관계로 평가에 있어서는 신중한 접근도 필요하다. 가급적 자체평가를 통하여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다음 년도에 피드백하여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고,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가의 컨설팅도 받아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학교장의 경영 철학이 중심이 되어 학교의 교육활동이 운영되었다. 심지어 교사들의 생각도 학교 경영에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공동 사고를 통하여 교육활동을 수립하고 실천해 나가야 하는 시대이다. 특히 현대의 교육은 너무도 다양하고 복잡하다. 학교장 혼자서 학교를 감당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 자체 교직원의 참여뿐만 아니라 외부의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시대는 우물 안 개구리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교장의 독선과 아집도 독불장군 같은 추진력도 흘러간 옛날이야기일 뿐이다. 자체 교직원끼리 계획하고 실천하고 평가하는 닫힌 학교에서 이제는 열린 학교 경영으로 나와야 한다. 교육활동 뿐만 아니라 학교의 시설관리와 세출, 세입의 재정적인 문제까지도 외부 전문가의 평가와 진단을 받아야 더욱 효율적인 학교 경영이 이루어질 것이다. 물론 학교장의 철학과 비전이 가장 중요하다. 효율적인 학교 조직을 이끌어나가지 위하여 필요한 적절한 의사 결정 능력, 교육에 대한 신념과 철학, 조직의 힘을 긍정적으로 집약시킬 수 있는 리더십, 경영자 자신의 건강 등도 학교의 효율적인 경영을 위한 중요한 성공요소라 할 것이다. (2011.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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